온 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공포와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6월 9일 현재 메르스 감염자 95명, 사망자 7명, 감염 의심자 1,632명, 격리자는 2,508명에 이른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감염 환자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이 부른 인재이다.
메르스 발생 이후 정부는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을 뿐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정부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메르스 피해자는 점차 늘어갔고 국민 불안은 점차 확대되었다. 정부는 뒤늦게야 발생병원과 확진자의 동선을 발표하는 등 뒷북 행정에 나섰다. 또한 이번 주만 지나면 메르스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발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함과 재난 구조 시스템의 부재가 또다시 되풀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무능력의 극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뜬금없이 메르스 사태를 악용하여 노동계를 협박하고 있다. 이 장관은 “메르스 확산 등으로 국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계도 대규모 집회나 총파업 등을 자제해 노사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이달 내 관련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은 불쏘시개를 지피면서 노동계 보고는 불을 끄라는 격이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가 자신은 쏙 빼고 다른 정부(?)의 책임인 냥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이더니 참 그 대통령에 그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무능력한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위험에 빠뜨리는지 또 다시 목격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다.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분야 구조개혁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국민도 못 지키는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운운하는가?
이기권 장관은 지금 메르스를 이용하여 노동계를 협박하는 일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국면을 빨리 헤쳐 나갈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집중하기 바란다.
어제 이 장관이 메르스 격리자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권고만으로는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어렵다. 메르스가 단시간에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신종 전염병이고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개별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또한 메르스와 관련도 없는 임금피크제 가이드 라인 운운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질병유급휴가제가 도입 될 수 있도록 힘쓰기 바란다. 그것이 메르스 사태에서 고용노동부가 할 일이다.
2015년 6월 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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