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정의로운 전환 대책 마련하라
지난 8월 26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의 감축목표와 경로를 법률에 담지 않은 현행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2년 만의 후속입법이다. 개정안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53~61%로 확정하고, 2040년에는 69~80%, 2045년에는 84~90% 범위에서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또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장기 감축경로를 5년 단위의 범위형 목표로 법제화했다. 2030년 이후 기후위기 대응의 법적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감축목표의 범위와 하한선을 중심으로 설정된 경로가 헌재 결정의 취지에 충분히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국회가 채택한 것은 해마다 일정한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선형 감축경로’다. 앞서 진행된 기후특위 공론화에서 시민참여단의 77.9%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조기 감축경로’를 선호했다. 그럼에도 선형 감축경로를 채택한 것이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합의를 거친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초기 감축을 늦추는 선형경로는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미래세대에 대한 과도한 부담 전가’를 다른 형태로 되풀이할 우려가 있으며, 산업 전환 과정에서 그 충격을 직접 감당해야 하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철강, 발전, 화학, 자동차 등 탄소다배출 산업의 노동자들은 이미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에서 고용불안을 체감하고 있다. 감축의 곡선이 뒤로 갈수록 가팔라진다는 것은 이들에게 닥칠 설비 전환과 사업 재편, 인력 구조조정의 충격 역시 후반부에 집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그 가족, 산업 도시의 지역경제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5년 단위 감축 로드맵을 수립·재검토할 때마다 노동조합과 산업별 노동자 대표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과학위원회 등 향후 감축목표 이행을 점검하는 기구에도 노동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탄소다배출 산업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속히 마련하고, 고용유지·재교육·재취업 지원을 감축 일정과 연계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그 이행의 속도와 방식을 정치와 자본이 결정하고, 그 결과와 비용을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 전반에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불안과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8월 2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