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닌 헌법상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을 가지는 권리의 주체이다
정부의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안’ 총평
정부가 준비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이 발표됐다. 노동약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지원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산업안전, 건강과 휴가, 괴롭힘으로부터 보호, 모성보호 등 일터에서의 권리, 사회안전망 및 사회보장권 등 정작 법안의 핵심이 되어야 할 노동약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정부는 스스로 ‘기댈 언덕법’이라고 자평하지만, 노동약자들이 기대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내용이다.
정부가 법률 제정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노동약자를 체계적으로 지원‧보호하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접근방식 자체가 틀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99년 이래 가장 중요한 목표로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내걸고 있다. 일하는 희망을 가진 자에게 단지 고용기회가 주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고용이 충분한 수입을 동반하고 고용장소에서 안전한 직장환경, 균등대우를 포함한 다양한 권리가 보장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자는 국가로부터의 지원 등 정책적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상 ‘일할 권리’, ‘노동기본권’을 가지는 당당한 권리의 주체이다.
두 번째로 노동약자라는 새로운 제3지대의 법률상 지위를 만들어 노동약자 인정 여부에 대한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과 법적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이 법을 통해 근기법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노동약자로 규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5인 사업장 근기법 적용확대, 근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개념 확대 등 근기법 개정을 통한 보호범위 확대 요구를 ‘노동약자지원법’으로 퉁치려는 것이다. 5인 미만 적용제외 등 수많은 근기법상 독소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상, 정부가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말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발표한 ‘노동약자지원법’으로는 고용형태 다양화 등 앞으로 더욱 급변할 노동환경에도 대응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절과 배제를 넘은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노동법 보호체계로의 개편이다. 즉,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기본법을 통해 정부 조직‧구성이 변하더라도 모든 일하는 사람의 기본적 권리 보호가 일관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법률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이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노동약자지원법을 통해 불명확한 국가의 역할과 지원사항을 규정한다고 하지만, 그 시행 여부조차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2025년 정부예산에서 기존 노동약자 지원예산을 대폭 축소한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노동약자 지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을 넓히고 기존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입법조치를 강구하라.
2024년 11월 2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