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장관은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재고 요구 철회하라

20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며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장관은 기업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면서 연일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하는 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이미 판례에서 확립되어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입법이다.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된다 한들 교섭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현실이다. 무슨 법치주의를 운운하는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으로 고쳐 권리분쟁사항까지 적법한 쟁의행위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 역시 이미 구노조법상 규정대로 개정했을 뿐이다.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역시 사측의 보복성 손배폭탄을 제한하는 아주 미흡하지만 최소한의 조치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도대체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파업 한번 했다고 천 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나?

이정식 장관은 2016년 8월 한국노총 사무처장 시절 국회 손배가압류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 운동을 하다가 구속되는 것도 억울하고 세계적으로 드문 일인데, 본인은 물론 가족·친척·친구까지 파멸하게 만드는 손배 가압류가 밥 먹듯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손배소는 당사자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부가 대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고를 촉구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장관이 되고 나서 노조회계 점검, 노동시간 유연화, 파견대상 확대 등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모자라 이제야 첫걸음을 뗀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에도 무책임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부 장관은 사측의 보복성 손배가압류 폭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한국노총 출신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면, 노동자들의 등에 칼을 꽃는 짓은 하지 말기 바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다수의 미조직노동자들을 진정 생각한다면, 노조운영에 대한 정부기관의 개입과 남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노사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조법을 전면 개정하라. 그것이 노동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이다.

2023년 2월 2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