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노동시장 현장의 애로를 해소한다는 명목 하에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 방안을 연내 구체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대책은 ‘노동시간단축법의 보완대책이 아닌 노동시간단축 무력화 대책’이며, ‘부정확한 통계결과와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한 반 노동 정책’이다. 정부 여당이 최저임금 1만원 국정과제 후퇴와 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은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창출’이라는 핵심공약을 포기한 것으로 여길 만한 사안이다.
더구나 금년 2월에 국회를 통과한 현행 근로기준법은 탄력근로시간제에 대해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2022년에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여야 합의 법안마저 깡그리 무시하려 하고 있다.
탄력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노동시간이 주40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고도 특정한 주에 주52시간까지, 특정한 날에 12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연장근로를 포함하면 주64시간까지 장시간노동이 가능해져 사실상 주52시간 시간단축법(연장근로 12시간포함)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장시간 야간노동은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할 만큼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과로사를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탄력근로시간 확대는 노동자 소득감소와 소비억제로 이어져 내수침체와 경기침체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법 시행과 관련해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두어 사실상 6개월 시행유예를 한 것에 이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대책을 발표한 것은 정부의 노동시간단축 의지를 의심케 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이다.
7월부터 300인 대기업에서 주52시간이 시행되면서 비로소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스스로 법을 어기며 노동시간단축 제도시행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 특별위원회 참여거부 등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기재부가 사회적 대화를 거론한 것도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탄력적 근로사간제 등의 반노동정책 추진을 위해 기재부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와 사전 교감했다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사회적 대화의 당사자와 일체 사전협의 없이 대책을 발표하고 사회적 대화를 운운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관련 법 시행이후에도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사노위는 또다시 반노동정책의 들러리를 설 것인지, 법정 사회적 기구로서 역할을 언제부터 시작할지부터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현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임시적, 한시적 기구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한 보수 경제관료 집단과 경제단체, 보수언론 공세로 문재인 정부의 임금소득주도 성장정책의 급격한 후퇴에 그동안 우려와 경고를 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정책을 이어갈 것인지 과거정권의 반노동정책으로 회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만약 정부여당이 재벌대기업과 사용자단체의 이해 대변 기구를 자처하며 일방적인 반노동정책을 일삼는다면 한국노총은 이의 저지를 위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한국노총의 11월17일 전국노동자대회는 근기법개악 중단과 노동존중사회실현을 위한 대정부투쟁 선포의 장이 될 것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노총과 맺은 정책연대 협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는 노동헌장이 되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정부여당의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