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으로 포장된 노동개악 즉각 중단하라!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에 관한 입장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했던가? ‘기-승-전-노동개혁’으로 귀결된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과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정진석 대표의 연설 요지는 대충 이렇다. 청년실업, 사회적 불평등 심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복지 구조개혁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현안 문제들의 원인이 노동자들, 특히 대기업 및 공공부문 노동자들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이 답이라는 것이다.
원인을 잘못 집다 보니 해결책도 엉뚱한 방향에서 찾고 있다. 한국노총은 철지난 레퍼토리인 정규직 과보호론으로 노동자를 편가르기하고, 양극화의 직접적인 원인인 재벌 편향 정책, 정부 정책 실패,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등 정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진석 대표에게 강한 분노를 느낀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노동개혁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했지만,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노동개악이다. 이를 통한 중향평준화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주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이끌어내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중향평준화는커녕 하향평준화 될 것이다. 97년 이후 기업소득은 급증하고 가계소득은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재벌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무분별한 외주화로 인해 발생한 구의역 사고마저도 정규직 과보호론을 정당화시키는 사례로 제시하고, 대선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폐기처분한 경제민주화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사회적 대타협 역시 정부와 사용자들의 양보가 없이 일방적인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은 노동자의 책임이 결코 아니다. 노동자가 양보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양보 못할 이유도 없다.
양극화와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법조 비리 등 부정부패, 중소영세기업의 피를 빨아먹는 불공정 거래관행 등 재벌 권력, 개발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정부 등에 기인한 것이고, 이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입법화 해야할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한 결과다.
이를 도외시하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한국노총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가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으로 포장된 노동개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진짜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들고 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려면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이 일은 위험하다”, “나는 차별 받고 있다. 개선해 달라”, “연장근로를 강요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고용 유지 위협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 글귀를 인용하려면 20대 국회에서는 즉각 정리해고 요건 강화,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청년고용촉진, 사회안전망 강화 등 노동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6년 6월 2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