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구조조정위기 해법은 노동자에 책임전가인가? 박근혜 대통령 20대 국회 개원 시정연설에 대한 입장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국회 개원 시정연설을 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했다고 갑자기 대통령이 입장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진 않았지만, 총선 민심을 겪고 난 후에도 조금도 변화하지 않은 대통령의 노동에 대한 인식에 깊은 탄식이 절로 난다.
박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 또한 기-승-전-‘노동개혁’으로 귀결됐다. 박 대통령은 기업구조조정의 해결책으로 중장년노동자와 뿌리산업 노동자에게 파견노동을 허용하는 파견법 개정을 또다시 주장했다. 기업에 파견노동자 일자리가 따로 있고 정규직 노동자 일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법 파견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파견 노동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됐고, 산업안전 의무에서도 빗겨갈 수 있었다. 그 결과 하청노동자들은 언제나 저임금에 시달리고, 산업재해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생명을 잃은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로 생겨났다. 그걸 제대로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불법인 파견노동을 아예 합법화 해주자는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구조조정 위기를 빌미로 노동유연화를 확대하고, 대기업 민원을 해결해 주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박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며 노동개악 강행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었다.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은 쉬운해고와 기간제 기간연장, 파견법 확대 등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착화 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안전망을 끌어들여 마치 노동계가 반대해 사회안전망이 강화되지 못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회안전망 강화 법안을 제대로 만들어 단독으로 올리면 노동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노동계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과 한데 묶어 ‘패키지 통과’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면서, 그 책임을 노동계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대통령은 “개혁의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두려워하거나 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국가경제 파탄까지 언급했다. 국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대통령이, 재벌들이, 기업이 분담하는 고통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경영실패에 책임 질 사람들은 다른 자리로 슬그머니 이동하고, 애꿎은 노동자들만 잘려난다. 우리나라 사회안전망 체제에서 노동자들은 한번 잘리면 회복할 길이 없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 세금으로 기업을 살려놓으면 이제는 전문성도 없는 관피아·정피아들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와 기업을 망친다. 그러면 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노동자들만 해고한다.
구조조정 상황까지 몰고 온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 노동자 자르기 구조조정이 아닌 재벌과 기업 시스템을 구조조정 하라.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규제프리존’에서는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제외한, 또는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한 모든 사업을 허용하며, 규제의 경우엔 법령에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토록 하고 있다. 노동관련 규제, 산업안전규제, 환경보호규제를 비롯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면 모두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규제프리존’은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엄청난 법을 제대로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통과시키는 것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 대통령 시정연설의 대부분은 대통령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대통령은 확인도 검증도 되지 않는 이란수주 40조를 확정된 것인 냥 얘기하고, 새마을운동이 방문국의 국가발전 전략이 되었다고 성과를 부풀렸다. 고작 차량 10대 급조한 코리아 에이드 이벤트가 졸지에 대한민국의 세계를 향한 인류애를 상징하는 모델이 됐다는 대목에선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대통령이 외국 순방만 하고 오면 경제 효과가 몇 십조라고 떠드는데, 그렇게 얘기한 경제효과 다 모아보면 벌써 세계1위 하고도 남을 지경이다. MB정부가 자원외교 성과를 부풀리고 과대 포장한 바람에 지금 얼마나 많은 후폭풍과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성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아는 것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화자찬할 사항은 더더욱 아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며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초심을 임기 말까지 이어가라는 당부까지 했다. 대통령 스스로 자문해 보길 바란다. 후보 시절 제1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복지확대”는 온데간데없고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자화자찬으로 퇴임사를 쓰는 일은 없기 바란다.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협치”다. 이번 국회 개원 연설을 계기로 국회만이 아니라 청와대도 협치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변화를 기대한다.
2016년 6월 1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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